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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SDOM FEATURE 박종관· ·3 min

우리는 또 다른 기쁨을 찾아 개발을 계속할 것이다

AI 시대에 개발자의 기쁨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이동한다는 성찰.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가능성을 현실로 바꾸는 일은 계속된다.

한두달전 나는 한 편의 글을 읽고 딥시크의 팬이 되었다.

https://mp.weixin.qq.com/s/zk0KxuLzhmMJ4LPYW_OHMA

그 글을 쓴 개발자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얼마나 뛰어난 성취를 이루었는지는 어쩌면 부차적인 문제였다. 글 속에 담긴 개발자로서의 마음이 너무나 익숙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오랜세월 개발을 해온 한 사람으로서 깊은 동질감을 느꼈다. 그리고 한 사람의 개발자를 이토록 존경스러운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개발자에게는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기쁨이 있다.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일.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생각이 코드가 되고, 코드가 실제로 작동하는 순간. 도무지 풀리지 않을 것 같던 문제의 실마리를 발견하고, 마침내 모든 것이 맞아떨어지는 순간.

오랫동안 고민하던 문제를 해결했을 때의 희열, 내가 만든 것이 예상한 대로 움직이는 것을 지켜볼 때의 즐거움, 어제까지 불가능했던 일이 오늘 내 손으로 가능해졌다는 감각.

개발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것이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 알아볼 수 있는, 우리만의 기쁨이 있었다.

우리는 때로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밤늦게까지 붙들고 있었다. 이미 충분히 작동하는 것을 조금 더 나은 방법으로 바꾸기 위해 몇 시간을 더 썼다. 조금 더 우아한 구조, 조금 더 빠른 실행, 조금 더 간결한 코드.

누군가에게는 별 의미 없는 차이였겠지만, 우리에게는 중요했다.

그 과정 자체가 즐거웠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이해하고, 만들어 내고, 더 나은 답을 찾아가는 과정. 그 안에서 우리는 단순히 일을 하는 것 이상의 기쁨을 느꼈다.

그리고 이제 세상이 바뀌고 있다.

인공지능은 우리가 오랫동안 익히고 연마했던 기술들을 놀라운 속도로 해내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며칠씩 고민하며 작성했던 코드가 순식간에 만들어지고, 복잡한 구현도 자연어 몇 문장으로 가능해졌다.

이 변화를 바라보며 문득 생각한다.

앞으로 우리는 예전과 똑같은 순간에 기쁨을 느끼지는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개발자로서 느끼던 기쁨을 잃어버린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시대가 바뀌면 일하는 방식이 바뀌고, 일하는 방식이 바뀌면 기쁨을 느끼는 지점도 달라진다.

과거에는 복잡한 알고리즘을 이해하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고, 마침내 한 줄 한 줄 코드를 완성해 가는 과정에서 큰 기쁨을 느꼈다면, 앞으로는 혼자서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거대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순간에 더 큰 기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상상만 하던 아이디어가 현실이 되는 순간. 수많은 기술적 제약 때문에 포기했던 일이 마침내 가능해지는 순간. 나의 작은 생각이 세상에 실제로 존재하는 무언가가 되는 순간.

어쩌면 우리가 기뻐하는 순간은 이미 조금씩 이동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예전의 그 즐거움도 여전히 소중하다. 코드를 직접 쓰고, 문제를 파고들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기쁨은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모든 것이 달라진 시대에, 우리가 기쁨을 발견하는 방식도 함께 달라질 뿐이다.

나는 그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돌이켜 보면 개발이라는 일은 늘 그래 왔다. 새로운 언어가 등장하고, 새로운 도구가 나오고, 개발 환경이 바뀔 때마다 우리가 일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한 시대의 당연했던 기술은 다음 시대에 기본적인 도구가 되었고, 예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들이 어느새 일상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개발자들은 늘 새로운 것을 배웠고, 새로운 문제를 만났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인공지능의 등장은 그 어느 때보다 큰 변화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변화가 개발자라는 존재의 끝이 아니라, 개발자로서 경험할 수 있는 기쁨의 영역이 넓어지는 또 하나의 전환점이기를 바란다.

우리는 또 다른 기쁨을 찾아낼 것이다.

새로운 도구를 손에 쥐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고,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면서. 과거와는 다른 순간에 감탄하고,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성취감을 느끼면서.

그리고 그 과정에서도 여전히 개발을 사랑할 것이다.

어쩌면 개발자란 그런 사람들인지도 모르겠다. 시대가 바뀌고 도구가 바뀌어도,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 하는 마음을 놓지 않는 사람들.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고,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세상을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 가는 사람들.

나는 앞으로 우리가 어떤 기쁨을 만나게 될지 아직 모른다.

다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예전에 느꼈던 기쁨을 그대로 붙잡고 있어야만 개발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서 새로운 기쁨을 발견할 것이고, 그 기쁨을 향해 다시 배우고 도전하고 만들어 갈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앞으로도 개발자라는 이름으로 살아갈 것이다.

세상이 바뀌면 기쁨의 순간도 바뀐다. 그러나 무언가를 만들고, 가능성을 현실로 바꾸고, 그 과정에서 기쁨을 발견하는 아름다운 일은 계속될 것이다.

나는 우리가 앞으로도 그 일을 사랑하며 살아갈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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